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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T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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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명상록

  • 조회 : 285
  • 등록일 : 20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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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명상록의 대표사진

투게더 UST

황제의 명상록

정책평가팀 이주현

로마제국 5현제의 마지막 주자이자,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 "글래디에이터" 초반에 등장한 노인 황제의 모습으로 익숙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전쟁터에서 틈틈이 기록한 이 수기는 "명상록"이라는 이름으로 불멸의 고전이 되었다. 

"고전"이란 무엇이며, 왜 어떤 책들은 "고전"이 되는 것일까? 생각건대 “고전”이란 비록 저자가 살던 시대의 역사적, 사회적 현실 속에서 나온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 다른 어느 시대, 어느 상황, 어느 누구에서나 참고가 될 만한 강력한 보편성을 지니고 있는 작품에게 부여하는 호칭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면 이 "명상록"은 고전 중에서도 뛰어난 고전임이 확실하다.

오늘날 격심한 스트레스와 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을 위하여 숱한 힐링 도서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 크게 유명했던 책으로는 "미움받을 용기",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등이 떠오른다. "명상록"을 읽어보니, 그러한 힐링도서들이 제시하는 내용들의 근저에 깔려 있는 철학적 기초는 이미 약 2천년 전에 이 책에서 전부 제시하고 있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로마제국 전성기의 마지막 황제로서, 그리 건강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조금씩 기울어가는 로마제국의 변방을 누비며 이민족들과의 전쟁을 수년간 수행하다 결국 전쟁터에서 사망했다. 거대한 세계제국의 숱한 정치적, 군사적 위기를 온몸으로 맞닥뜨렸던 그의 심신은 얼마나 고단했을까? 가정사도 순탄치 못하여 생전에 자식 여럿을 잃어야 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들이자 그의 후계자가 바로 그 유명한 폭군 코모두스다. 그럼에도 그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업을 착실히 수행하는 동시에 내면의 평화 또한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의 사상적 배경은 우리나라 교과서에서 '쾌락주의'와 대조하여 '금욕주의'를 특징으로 가르치는 스토아 철학이다. 그러나 스토아 철학이란 단순히 금욕, 절제와 같은 개인적 차원에서의 덕목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세상, 더 나아가 이 우주는 목적 없이 우연히 존재하고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을 지향하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다. 나라마다 법이 있듯 우주에도 법이 있으며, 우리 모두는 국적과 민족을 초월하여 우주의 법을 준수해야 하는 세계 시민이다. 모든 철학에서 말하듯 인간이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인데, "명상록"에서는 이 행복이란 무한한 시공간에 속한 하나의 존재로서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과 목적에 충실하여,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이 자신의 존재목적에 부합하는지 생각하여 실행하되 타인으로부터 받는 칭찬, 비난, 평가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데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목적이란 바로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으며, 우주적 차원에서 내려다볼 때 역사에 남을 위대한 영웅이든 이름 없는 필부든 죽고 나면 그러한 명성은 자신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은 자칫 허무주의로 흐를 수도 있다. 그러나 마르쿠스는 허무에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타인과 세상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지금 내게 주어진 환경적 조건이 어떠하든 그것에 불평하지 않으며 현재 상황 하에서 공동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덕행을 묵묵히 수행해나감으로써 우주의 목적에 기여해야 하며, 죽음 또한 우주의 흐름 속에서 어떠한 목적 하에 닥쳐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기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참으로 건강한 철학이 아닌가?

마르쿠스의 철학이 특별히 위대한 것은, 다른 직업적 철학자들이 내세우는 철학이 자칫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에 불과할 수 있는 반면, 마르쿠스는 현대의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현실에 맞섰던 최고의 권력자로서 그 생활현장 속에서 내면의 평정심을 추구했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넬슨 만델라가 오랜 수감생활 중 “명상록”에서 큰 영향을 받아 그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견딤은 물론 훗날 대통령이 되었을 때 백인들과의 대화해를 이루어낼 수 있었고,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년에 2번씩은 꼭 읽는다고 한다. 나도 나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로 생각이 어지럽고 마음이 산란하던 와중에 명상록을 읽으며 정말 큰 위로를 얻을 수 있었고 지금 내가 마주한 일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새로워짐을 경험했다. 인생의 무슨 거창한 목표를 찾으려 무리하게 애쓰기보다는,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일을 찾아 하나씩 수행해나가되 타인의 평판에 신경 쓰지 않는 것. 나를 화나게 만드는 타인의 행동에 대하여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않고 그 사건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마음 속 분노를 제거하는 것.

물론 이러한 태도를 견지해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정신적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마르쿠스가 반복하여 이러한 내용을 써나간 것도, 그 자신 또한 이러한 철학을 견지해나가기 위하여 스스로를 끊임없이 격려하고자 한 목적이 아니겠는가? 그 때문에 나 역시 앞으로도 때때로 이 길지 않은 책을 수시로 펼쳐보게 될 것 같다.

"환경으로 인해서 네가 불안해지고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게 되면, 신속하게 네 자신에게로 돌아가고, 필요 이상으로 불안과 혼란 속에 노출되어 있지 말라. 끊임없이 네 자신에게로 돌아간다면, 네가 처해 있는 환경을 더 잘 다스리게 될 것이다.“

(When jarred, unavoidably, by circumstances, revert at once to yourself, and don’t lose the rhythm more than you can help. You’ll have a better grasp of the harmony if you keep on going back to it.)
"명성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이로운 것이 다른 사람의 반응에 있다고 생각하고, 쾌락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이로운 것이 자신의 감각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성을 지닌 사람은 자신에게 이로운 것이 자신의 행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Ambition means tying your well-being to what other people say or do. Self-indulgence means tying it to the things that happen to you. Sanity means tying it to your own actions.)
“매일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는 듯이 살아가면서도, 거기에 초조해하는 것이나 자포자기해서 무기력한 것이나 가식이 없다면, 그것이 인격의 완성이다.”

(Perfection of character: to live your last day, every day, without frenzy, or sloth, or pretense.)
"너는 이런 행동 저런 행동으로 너의 삶을 이루어 나가고, 최선을 다해서 각각의 행동이 추구한 목적을 이루어 내었을 경우에는 너의 삶에 만족해야 한다. 네가 그런 삶을 살아 나가는 것을 가로막을 자는 아무도 없다."

(You have to assemble your life yourself―action by action. And be satisfied if each one achieves its goal, as far as it can. No one can keep that from happening.)